Original Article

Journal of Korean Society of Disaster and Security. 31 March 2026. 35-43
https://doi.org/10.21729/ksds.2026.19.1.35

ABSTRACT


MAIN

  • 1. 서 론

  • 2. 재난과 아마추어무선

  •   2.1 이론적 배경

  •   2.2 해외 사례 비교 분석

  •   2.3 한국의 제도적 한계

  •   2.4 제도 개선 방안

  • 3. 결 론

1. 서 론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재난 사례들은 단일 원인에 의한 피해를 넘어, 전력·통신·도로·행정 네트워크 등 핵심 사회기반시설이 동시에 기능을 상실하는 복합재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재난 대응 과정에서 통신 인프라의 취약성이 지휘·보고 체계 전반의 마비로 직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컨대 2022년 경북·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에서는 광범위한 산림 피해와 함께 송전선로 및 통신시설이 대규모로 소실되면서 다수 지역에서 이동통신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심각한 정보·통신 장애가 발생하였다(KFS, 2022). 또한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의 경우, 국가재난관리연구원(National Disaster Management Research Institute, NDMI)의 조사 결과 재난 경보 전달과 상황 보고, 관계 기관 간 정보 공유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인명 피해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었다(NDMI, 2023).

특히 2025년 경북북부 지역(의성·안동·영양·청송·영덕)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전력 공급 중단, 광케이블 절단, 이동통신 기지국의 동시다발적 소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면서 상용 이동통신망은 물론 국가재난안전통신망(Public Safety–Long Term Evolution, PS-LTE)까지 기능이 중단된 사례로 보고되었다(Kyunghyang Shinmun, 2025). 이 과정에서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Korea Amateur Radio League, KARL) 청송지부의 회원들 증언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는 아마추어무선국이 사실상 유일한 통신 수단으로 활용되며 재난 대응에 기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외에서도 대규모 재난으로 인해 통신 인프라가 직접적으로 파괴되거나, 전력·백홀(backhaul)·데이터센터 등 핵심 기반시설이 연쇄적으로 마비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핵심 인프라에 대한 복원력(resilience) 부족이 재난 대응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재난 시 통신 복원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지국 이중화, 백홀 보완, 자가발전 설비, 위성통신 등과 함께 다양한 통신 수단을 상호보완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아마추어무선은 인프라 의존도가 낮고 독립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난 상황에서 중요한 보조 통신 수단으로 주목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존 상용 및 공공 통신망이 기능을 상실할 경우, 이를 대체하거나 보완하여 최소한의 통신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보조적 통신체계, 즉 ‘최후의 통신망(Last Resort Network)’의 역할이 재난 대응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도호쿠 지역에서는 장기간의 정전과 회선 단절로 인해 이동통신 기지국의 상당수가 기능을 상실하였으며, 지방자치단체 간 행정 통신 역시 장기간 원활하게 유지되지 못하였다(MIC, 2011). 또한 2012년 허리케인 샌디(Hurricane Sandy) 발생 시에도 뉴욕과 뉴저지 지역의 다수 셀타워가 파괴되면서 공공안전통신망과 상용 이동통신망이 동시에 장애를 겪은 것으로 보고되었다(FEMA, 2013).

이러한 국내외 사례들은 특정 유형의 통신 인프라에 대한 단일 의존만으로는 재난 상황의 복합적인 위험을 충분히 감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며, 인프라 의존도가 낮은 보조적 통신 수단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이와 관련하여 아마추어무선은 독립 전원 운용, 이동형 장비 활용, 자체 네트워크 구성이 가능하다는 특성으로 인해 국제적으로도 재난 대응 통신 수단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은 권고문 ITU-D 13.1과 ITU-R M.1042를 통해 아마추어 및 아마추어위성 서비스가 재난 경감과 긴급 구조 활동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공공 자원임을 명시하고, 각국 정부의 제도적 활용을 권고하고 있다(ITU, 2017, 2019).

이에 따라 미국은 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FEMA)과 미국아마추어무선연맹(American Radio Relay League, ARRL)이 협력하여 ARES(Amateur Radio Emergency Service)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총무성(Ministry of Internal Affairs and Communications, MIC)과 일본아마추어무선연맹(Japan Amateur Radio League, JARL)이 협력하여 아마추어무선을 공식적인 재난통신 보조체계로 제도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마추어무선이 법적으로 ‘영리 목적이 아닌 아마추어 통신’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 재난 대응 체계에서의 역할과 법적 지위, 운용 절차에 대한 제도적 정립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미국 ARES와 일본 JARL–MIC 체계를 비교·분석하고, 2025년 경북북부 산불 사례와 같이 통신 인프라 붕괴가 실제로 발생한 국내 재난 사례를 중심으로 아마추어무선을 재난통신 보조체계로 활용하기 위한 법·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최후의 통신망(Last Resort Network)’이란, 기존 상용 또는 공공 통신망이 재난으로 인해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이를 대체하거나 보완하여 최소한의 통신 연속성을 유지하는 보조적 통신체계를 의미한다. 이는 마비된 통신 인프라가 복구될 때까지의 공백을 임시적으로 메우는 수단이 아니라, 재난 상황에서도 독립적으로 운용 가능한 통신 자원을 제도적으로 연계·활용함으로써 재난 대응 기능을 지속시키는 구조적 개념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마추어무선은 재난통신의 ‘최후 수단’이라기보다, 사전에 제도화된 대체 통신 계층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본 연구는 비교법적 분석과 사례 분석을 결합한 질적 연구 방법을 사용한다.

2. 재난과 아마추어무선

2.1 이론적 배경

2.1.1 재난통신 체계에서 아마추어무선의 법·제도적 성격

아마추어무선은 전통적으로 비영리·비상업적 통신 활동으로 분류되어 각국의 통신 법제에서 주파수 이용 질서 관리의 관점에서 규율되어 왔다. 그러나 재난의 규모와 복합성이 증가함에 따라, 아마추어무선은 단순한 취미 활동의 범주를 넘어 공공 재난대응을 보조할 수 있는 통신 자원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아마추어무선의 기술적 특성보다는, 재난통신 체계 내에서의 제도적 위치와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법·제도적 문제를 제기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은 아마추어무선을 재난 시 공공 통신망을 보완할 수 있는 통신 수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ITU-D 권고문 13.1은 각국 정부가 재난 완화 및 구호 활동을 위한 통신 계획 수립 시 아마추어무선 서비스를 포함시키고, 긴급 상황에서의 활용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ITU, 2017). 또한 ITU-R 권고문 M.1042는 아마추어 및 아마추어위성 서비스가 재난 대응과 긴급 구조 활동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명시하며, 각국의 제도적 지원과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ITU, 2019).

이러한 국제적 논의는 아마추어무선을 재난통신 체계 외부의 자발적 활동으로만 취급하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공공 재난통신을 보조하는 제도화된 통신 자원으로 재정의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즉, 아마추어무선의 재난 활용 가능성은 기술적 적합성 여부 이전에, 이를 제도적으로 편입하고 공공체계와 연계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기반의 정비 여부에 의해 좌우된다.

2.1.2 재난 시 통신망 취약성과 통신 복원력의 재정의

재난 발생 시 통신망의 마비는 개별 설비의 물리적 손상에 국한되지 않으며, 전력 공급, 전송망(backhaul), 교환 설비, 데이터센터 등 상호 연계된 기반시설의 연쇄적 장애로 확대되는 구조적 특성을 가진다. 특히 이동통신망과 공공안전통신망은 중앙집중적 구조와 전력·전송 인프라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재난 상황에서 복원력이 제한되는 한계를 지닌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도호쿠 지역에서는 광범위한 정전과 전송망 단절로 인해 이동통신 기지국이 대규모로 기능을 상실하였으며, 일부 기지국은 물리적 손상이 없었음에도 전력과 전송망 장애로 인해 장기간 복구되지 못하였다(MIC, 2011). 또한 2012년 허리케인 샌디 발생 시에도 뉴욕과 뉴저지 지역에서는 셀타워의 직접적 파손뿐 아니라, 침수된 전력 설비와 백홀 회선 장애로 인해 공공안전통신과 이동통신 서비스가 장시간 중단되었다(FEMA, 2013). 이러한 사례들은 통신 장애의 원인이 단일 시설의 파괴가 아니라, 기반시설 간 상호 의존성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재난통신의 ‘복원력(resilience)’은 마비된 통신망이 단기간 내에 원상 복구되는 능력으로 한정하여 이해하기보다, 특정 통신 인프라의 기능 상실 상황에서도 대체 가능한 통신 수단과의 연계·전환을 통해 통신 기능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특성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즉, 재난 상황에서의 통신 복원력은 단일 통신망의 복구 속도보다, 서로 다른 통신체계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사전에 설계된 다중 통신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재난 대응을 위한 통신 복원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공·상용 통신망의 보강과 함께, 중앙집중적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보조적 통신체계를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아마추어무선은 분산된 운용 구조와 독립적 전원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보조 통신체계로 논의될 수 있으며, 그 활용 가능성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수용 구조의 정비 여부에 의해 좌우된다.

2.2 해외 사례 비교 분석

2.2.1 미국 ARES(Amateur Radio Emergency Service)

미국의 ARES는 아마추어무선을 재난 대응 체계에 제도적으로 편입한 대표적 사례로, 민간 자원봉사 조직이 공공 재난통신 체계의 일부로 기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ARES는 1935년 미국 아마추어무선연맹(American Radio Relay League, ARRL)에 의해 창설되었으며, 현재는 연방재난관리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FEMA)과의 협력 체계 하에서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 아마추어무선의 재난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연방통신규칙 제47편 제97부(47 Code of Federal Regulations Part 97)에 규정되어 있다. 해당 규정은 아마추어무선국이 생명 보호, 재난 구조, 긴급 통신을 목적으로 운용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재난 상황에서는 공공 안전 목적이 일반적인 통신 제한에 우선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FCC, 2023). 이는 아마추어무선의 재난 활용을 예외적 허용이 아닌, 법적으로 예정된 공공 기능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FEMA와의 협력 체계 하에서 운영 측면에서 ARES는 지역 단위의 분산형 운용 구조를 기본으로 하여, 재난 발생 시 현장 대응에 즉각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각 지역 ARES 조직은 관할 지역의 비상대응센터(Emergency Operations Center, EOC)와 연계되어 재난 현장의 통신 수요에 대응하며, 중앙 통신망 장애 발생 시에도 독립적인 무선 통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운용된다. 이러한 제도적 연계를 유지하기 위해 ARES는 정기적인 모의재난훈련(Simulated Emergency Test, SET)을 실시하며, 이를 통해 평시 협력 구조가 실제 재난 상황에서도 작동 가능한지를 검증한다(ARRL, 2021).

2022년 허리케인 Ian 발생 당시 일부 지역에서는 이동통신망과 전력 인프라가 동시에 장애를 겪었으며, 이 과정에서 ARES 소속 아마추어무선 운영자들은 사전에 정립된 통신 절차에 따라 피해 현황 보고와 구조 요청 전달을 수행하였다. 해당 사례는 아마추어무선이 비공식적 자원이 아닌, 제도적으로 편입된 보조 통신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2.2 일본의 아마추어무선 재난대응체계

일본은 총무성(Ministry of Internal Affairs and Communications, MIC)을 중심으로 법적·행정적 기반 위에서 아마추어무선을 공공 비상통신체계의 보조 수단으로 공식 인정하고 있다. 일본 「전파법」 제39조 및 제74조는 공익 목적 또는 긴급 상황에서의 통신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평상시 제한되는 아마추어무선의 운용이 재난 상황에서는 법적으로 정당화된다. 이러한 법적 근거를 토대로 일본 정부는 아마추어무선을 재난 대응 과정에서 활용 가능한 공공 통신 자원으로 제도화해 왔다.

총무성은 2019년 「Guidelines on the Use of Amateur Radio during Disasters」를 제정하여, 재난 발생 시 아마추어무선의 역할과 운용 절차를 행정 지침 수준에서 구체화하였다. 해당 지침은 재난 대응 단계를 고려하여 아마추어무선의 기능을 ▲재난 초기 단계에서의 긴급 정보 전달, ▲재해대책본부–피난소–의료기관 간 통신 지원, ▲공공 통신망 복구 이전까지의 보조 통신 유지로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또한 아마추어무선 운용 시 준수해야 할 보고 체계, 주파수 운용 원칙, 행정기관과의 통신 연계 방식 등을 사전에 규정함으로써, 재난 상황에서의 임의적·비공식적 운용을 최소화하고 있다(MIC, 2019).

이 지침은 일본아마추어무선연맹(Japan Amateur Radio League, JARL)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사전 방재협정을 전제로 하여, 아마추어무선 운영자를 재난 시 공식적인 비상통신 협력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다수 지방자치단체는 JARL과 방재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아마추어무선은 평시 방재훈련과 재난 대응 체계에 제도적으로 편입되어 운용되고 있다(JARL, 2023a, 2023b).

이러한 제도적 기반은 실제 재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정부 통신망이 마비된 미야기현과 이와테현 지역에서 JARL 소속 아마추어무선국은 재해대책본부, 피난소, 의료기관 간 통신을 연결하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였다. 이후 일본 정부는 아마추어무선을 ‘공공재난통신의 보조체계(public auxiliary communication network)’로 공식 인정하고, 재난통신 훈련에 정기적으로 반영해 왔다. 2024년 니가타현 지진 및 도호쿠 지역 집중호우 피해에서도 JARL과 지역 아마추어무선 단체가 현장 통신을 지원하였으며, 해당 활동은 일본 소방청(Fire and Disaster Management Agency, FDMA)의 공식 재난대응 보고서에 수록되었다.

또한 일본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소방청, 자위대,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전국 단위의 아마추어 비상통신 훈련을 정례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는 법적 근거와 행정 지침, 민·관 협력체계가 결합된 제도화된 재난통신 모델로서, 아마추어무선을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보조 수단이 아닌 공공 재난통신 체계의 구성 요소로 기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2.2.3 비교법적 분석 결과

비교법적 분석(comparative legal analysis) 방법을 적용하여 미국, 일본, 한국의 아마추어무선 재난통신 제도를 비교하였다. 분석 기준은 ① 재난 시 운용에 대한 법적 근거의 명확성, ② 공공기관과 민간 무선단체 간 협력 구조의 제도화 수준, ③ 재난통신 체계 내 역할과 책임의 규정 여부, ④ 훈련 및 운영 절차의 제도적 보장 여부로 설정하였다.

분석 결과, 미국과 일본은 아마추어무선의 재난 활용을 법령 또는 행정 지침을 통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공공기관과 민간 단체 간 협력 구조를 제도적으로 구조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파법」상 아마추어무선을 비영리 통신으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재난 상황에서의 운용 범위와 공공기관과의 협력 방식, 공식적 역할에 대한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법적 공백은 재난 시 아마추어무선의 활용을 제도적 체계가 아닌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한계는 기술적 역량의 부족이 아니라, 아마추어무선을 재난통신 체계의 구성 요소로 편입하지 않은 법·제도 설계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아마추어무선을 재난통신 보조체계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례 중심의 논의가 아니라, 재난 시 운용 근거와 협력 구조를 명시하는 법·제도적 정비가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미국, 일본, 한국의 아마추어무선 재난통신 제도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 결과는 법적 근거, 공공–민간 협력 구조, 동원 권한 및 교육·훈련 체계를 중심으로 Table 1에 제시하였다.

Table 1.

Comparison of Amateur Radio Systems in Korea, the U.S., and Japan

Category United States Japan Korea
Legal Basis FCC Part 97
(explicit emergency authorization)
Radio Act, Arts. 39 & 74+MIC guidelines Radio Act, Art. 31
(no explicit disaster role)
Legal status Auxiliary public emergency resource Public auxiliary communication system No Formal status
Authority to deploy Formal request by public authorities
(ARES)
Official mobilization via local gov.-JARL agreements No formal deployment mechanism
Cooperation system FEMA-ARRL-Sate-Local linkage Local gov.-JARL institutional agreements Voluntary, informal
(KARL)
Training system Regular SET drills, standardized training Annual nationwide drills No standardized

Source: ARRL (2015); MIC (2019); MOLEG (2024); Compiled by the authors.

Table 1 demonstrates that, unlike the United States and Japan, Korea lacks explicit legal authorization and institutional mechanisms to integrate amateur radio into the formal disaster communication system, highlighting a structural limitation in the current legal framework.

2.3 한국의 제도적 한계

한국의 아마추어무선 제도는 「전파법」 제31조에 비상통신 관련 규정을 두고 있으나, 재난통신으로서의 활용 범위와 공공 재난 대응 체계 내 법적 지위는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MOLEG, 2024). 이로 인해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이 재난통신지원단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 발생 시 공공기관이 아마추어무선을 공식적인 통신 자원으로 요청·운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최근 발생한 대형 재난 사례에서도 확인되며,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2.3.1 국내 재난 사례를 통해 본 구조적 통신 장애의 특성

2025년 경북북부 지역(의성·안동·영양·청송·영덕)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은 국내 재난 환경에서 통신 장애가 어떠한 구조적 요인에 의해 장기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해당 산불에서 발생한 통신 장애는 단일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복합적인 장애 요인이 중첩되며 단계적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산불 확산 초기 단계에서는 주민 대피와 재난 대응 과정에서 통신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이동통신 트래픽 과부하와 통화 지연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후 화재가 확산되면서 송전선로 손상과 변전소 차단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광범위한 정전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상용 전력에 의존하던 이동통신 기지국과 중계 설비는 비상 전원 가동 상태로 전환되었으나, 정전이 수 시간 이상 지속되면서 일부 기지국의 비상 전원이 소진되었다. 동시에 산악 지역을 통과하는 광케이블이 화재로 절단되면서 전송망(backhaul) 장애가 발생하여 통신망의 복원 가능성이 더욱 제한되었다.

이러한 복합 장애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상용 이동통신망뿐 아니라 국가재난안전통신망(Public Safety–Long Term Evolution, PS-LTE) 역시 정상적인 음성 및 데이터 통신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수 시간에서 수십 시간 이상 지속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PS-LTE 또한 기지국 전력 공급과 유선 전송망에 대한 구조적 의존성을 지니고 있어, 대규모 산불과 같은 장기 재난 상황에서는 통신 연속성이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아마추어무선은 상용 전력망과 유선 전송망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된 구조를 가지며, 이동형 장비와 독립 전원을 활용한 운용이 가능하다는 특성으로 인해 통신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경북북부 산불에서 발생한 통신 장애가 단순한 트래픽 과부하 문제가 아니라, 전력과 전송망에 대한 구조적 의존성이 재난 상황에서 통신 복원력을 제한한 결과임을 보여주며, 인프라 의존도가 낮은 보조적 통신 수단을 제도적으로 연계·활용할 필요성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

한국의 「전파법」 제31조는 ‘아마추어국은 영리 목적이 아닌 비상 및 재난통신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비상 및 재난통신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운용 범위는 규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재난 발생 시 행정안전부, 소방청 등 공공기관이 아마추어무선을 공식 자원으로 동원할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 반면 미국은 FCC Part 97에서 ‘재난 시 아마추어무선국은 생명 보호 및 재해통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여 법적 활용 기반이 확보되어 있다. 이와 같은 차이는 제도적 신뢰성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2.3.2 법적 근거의 불명확성

「전파법」 제31조는 아마추어무선국의 비영리 목적 운용과 비상통신을 허용하고 있으나, 재난통신의 개념, 적용 범위, 공공기관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MOLEG, 2024).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나 소방청 등 재난 대응 주관 기관이 아마추어무선을 공식적인 재난통신 자원으로 동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반면 미국은 FCC Part 97을 통해 재난 상황에서 아마추어무선국이 생명 보호 및 재해통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명시함으로써 제도적 활용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재난 시 아마추어무선 활용에 대한 제도적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KARL)은 전국적 재난통신지원단의 조직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Central Disaster and Safety Countermeasures Headquarters, CDSCH) 및 지자체 재난 대응본부와 공식적 협약(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이 부재하다. 이에 재난 시 통신 지원이 개별 아마추어의 자발적 활동에 의존하며, 체계적인 지휘·보고 체계가 형성되지 못한다. 반면 일본은 일본 아마추어무선연맹(JARL)–지자체–소방청 간 협력·협약이 다수 체결되어 있으며, 지방 방재훈련에 정기적으로 아마추어무선이 참여한다.

2.3.3 중앙–지자체–민간 간 협력체계의 미비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은 전국적 조직망을 보유하고 있으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나 지방자치단체 재난대응 조직과의 공식적 협약 체계는 정립되어 있지 않다. 이에 재난 상황에서 통신 지원은 개별 아마추어 운영자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며, 지휘·보고 체계와 연계된 통합적 운용이 어렵다. 일본의 경우 JARL과 지방자치단체, 소방청 간 협력·협약을 통해 아마추어무선을 재난대응 훈련과 실제 대응에 제도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2.3.4 기술적 연동 및 표준화의 부족

한국의 국가재난안전통신망(PS-LTE)은 상용 LTE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으나, 아마추어무선과의 연동을 고려한 기술적 표준이나 운용 절차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음성 중계, 데이터 전달, 메시지 릴레이 등 상호 운용성이 제한된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아마추어무선과 공공 통신망 간 연계를 전제로 한 운용 지침과 기술적 절차를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2.3.5 교육·훈련 및 인증제도의 부재와 사회적 인식의 한계

현행 아마추어무선 자격제도는 기술 검정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재난통신 운용에 특화된 교육이나 인증 체계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아마추어무선은 여전히 취미 활동 중심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 재난통신 자원으로서 역할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인식이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재난 시 아마추어무선 활용을 제약하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한다.

아마추어무선은 여전히 취미 활동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있으며, 언론 및 행정기관에서 재난통신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자체 방재훈련, 교육 과정, 예산 지원 등에서 아마추어무선 참여가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서는 법적 지위 명문화와 함께 공공캠페인, 방재 교육 교재 포함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2.3.6 기대효과

제안한 개선 방안이 실행될 경우, 재난 시 통신 복원력이 향상되고 민간자원 활용 효율성이 증대되며, ITU 권고 이행과 국제 협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생명 보호 및 재산 피해 최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4 제도 개선 방안

앞서 살펴본 한국의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제도 운영 사례를 참고하여 보면, 한국의 아마추어무선 비상통신체계는 법적 근거의 미비와 협력체계 부재로 인해, 재난 대응 시 공공통신 보조망으로서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미국(FEMA–ARRL) 및 일본(MIC–JARL) 사례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전파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통해 아마추어무선을 국가 재난통신체계의 보조 수단으로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재난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이를 공식적으로 요청·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앙정부와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간 공식 협약을 통해 재난통신 협력체계를 상설화하고,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도 지역 아마추어무선 조직과의 협력 구조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재난통신 운용 역량 강화를 위해 단계별 교육·훈련 및 인증 체계를 도입함으로써, 공공 재난대응 체계와 연계 가능한 전문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넷째, PS-LTE와 아마추어무선 간 연계를 고려한 기술적 표준과 운용 절차를 마련하여, 상호 보완적 통신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정기적인 모의훈련과 평가를 통해 제도 운용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훈련 결과를 환류하는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3. 결 론

본 연구는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상용 통신망이 마비되는 상황에서, 아마추어무선이 재난통신 보조체계로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재난통신 체계에서의 아마추어무선 활용을 이론적으로 검토하고, 미국(FEMA–ARRL)과 일본(MIC–JARL)의 제도 운영 사례를 비교법적 관점에서 분석한 후, 한국의 제도적 한계를 구조적으로 진단하였다. 분석 결과, 미국과 일본은 아마추어무선의 재난 활용을 법령 또는 행정 지침을 통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공공기관과 민간 무선단체 간 협력 구조를 제도적으로 정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두 국가 모두 재난 상황에서 아마추어무선이 공공 재난통신을 대체·보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행정 협력, 교육·훈련 체계, 운용 절차를 통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재난통신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전파법」 제31조에 비상 및 재난통신 관련 규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무선을 재난 대응 자원으로 명시하는 법적 근거와 공공기관의 공식 운용 체계는 충분히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민간 간 협력 구조, 기술적 연동 기준, 교육·훈련 및 인증 제도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재난 발생 시 아마추어무선의 활용이 개별 운영자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한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본 연구는 아마추어무선을 국가 재난통신 체계의 보조수단으로 제도화하기 위해 법적 지위의 명확화, 민·관 협력체계 구축, 재난통신 전문 인력 양성, 기술 표준화 및 정기적 훈련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이는 재난통신의 복원력을 기존 통신망의 복구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대체·연계 가능한 통신 자원을 제도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사례 분석과 비교법적 접근을 통해 아마추어무선의 재난통신 활용 가능성을 제도적 관점에서 검토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며, 향후에는 실제 재난 대응 훈련 및 운영 사례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제도 개선 방안의 효과를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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